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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부의 하루: 사람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는 직업

by rose0215 2025. 5. 12.

죽음 이후의 공간을 치우는 사람들. 오늘은 특수청소부의 하루에 관해서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뉴스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우리가 외면한 자리에서 묵묵히 누군가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특수청소부’다. 범죄현장, 자살, 고독사, 산업재해… 흔히 접하기 어려운 공간을 마주하는 그들은 어떤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

 

특수청소부의 하루: 사람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는 직업

특수청소부의 하루: 사람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는 직업

고요한 호출: 첫 출근길의 긴장감

“00동 1XX호, 고독사 현장입니다.”
문자 한 통. 그게 하루의 시작이었다.

대부분의 특수청소 업무는 이처럼 갑작스럽게 들어온다. 사건이 발생한 뒤 경찰, 유족 또는 관리사무소로부터 의뢰가 들어오면 특수청소 업체는 즉시 현장으로 출동한다. 긴급성을 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수청소부는 일반 청소와 다르다. 단순히 더럽거나 지저분한 수준이 아니다. 부패가 진행된 시신이 있던 자리는 시각, 후각, 감정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는 공간이다. 악취는 옷과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며, 눈앞에 펼쳐진 흔적들은 사람을 멍하게 만든다.

첫 출근 당시, A씨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걸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는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나는 그걸 선택한 사람이다.”

이 직업은 단지 ‘치운다’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현장에 남겨진 유품, 흔적,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삶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다.

청소라는 이름의 감정 노동

“현장에서 가장 힘든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에요.”
많은 특수청소부들이 한결같이 말한다.

특히 고독사 현장은 감정적으로 더 무겁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채 몇 주, 몇 달 동안 방치된 공간. 문을 열면 적막과 냄새가 한꺼번에 덮쳐온다. 주로 노인이나 1인 가구의 방인데, 구조는 단순하지만 생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수청소부는 먼저 유품을 정리한다. 사진, 편지, 통장, 약봉지, 메모지 같은 것들. 이 중 일부는 유족에게 전달되며, 나머지는 폐기된다. 누군가의 전 인생을 담은 물건들이 쓰레기봉투에 들어갈 때, 가끔은 묵직한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업무 자체도 체력적으로 고된 편이다. 방역, 소독, 오염물 제거, 냄새 차단 작업까지 모두 진행하며, 몇 시간씩 방호복을 입고 있어야 한다. 여름철에는 땀이 차서 탈진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존중이다.
“우린 죽음을 치우는 게 아니라, 마지막을 정리하는 거예요.”
특수청소부 B씨는 그렇게 말했다.

이 직업은 단지 기술이 아니라 ‘태도’로 완성된다. 고인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죽음, 누군가의 삶: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
“지금도 가끔 무섭고, 괴롭고, 힘들어요. 하지만 이 일을 포기할 수 없어요.”
많은 특수청소부들은 이 말을 덧붙인다.

왜일까? 대체 어떤 의미가 있어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걸까?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사람의 흔적을 존중하는 경험이다. 누군가 세상을 떠난 자리를 정리하면서, 오히려 삶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는 것. 죽음을 자주 마주하다 보니,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감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유족의 반응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도 이걸 해줄 사람이 없었는데…”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사 인사를 전할 때,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자각이 밀려온다.

특수청소는 단지 기술적 서비스가 아니라 사회적 돌봄의 일환이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이며, 사람 사이의 온기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가 외면한 자리를 마주하는 사람들

특수청소부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직업이다. 언론에도 잘 소개되지 않고, 주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우리가 눈을 돌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그들은 단지 죽음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자리를 정리하고, 존중하며, 기억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