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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테크니션: 수의사가 아닌 동물병원의 숨은 고수들

by rose0215 2025. 5. 12.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동물병원을 찾게 된다. 오늘은 수의 테크니션에 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진료를 보는 수의사와 마주하는 순간, 대부분은 수의사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그 뒤에서 조용히 움직이며 진료와 수술, 입원 관리까지 돕는 이들이 있다. 바로 수의 테크니션(Veterinary Technician), 일명 ‘수의테크’다.
이들은 동물병원의 진짜 실무자이자, 의료 현장을 뒷받침하는 숨은 고수들이다.

수의 테크니션: 수의사가 아닌 동물병원의 숨은 고수들
수의 테크니션: 수의사가 아닌 동물병원의 숨은 고수들

수의사의 그림자, 테크니션의 손끝에서 생명이 지켜진다

수의 테크니션은 단순한 병원 직원이 아니다. 그들은 동물의 생명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지키는 실무 전문가다.

동물병원에 들어오는 환자들 중에는 응급 상태이거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때 수의사는 진단과 처치를 결정하고 집도하지만, 그 외 모든 세부적인 준비와 관리는 테크니션의 몫이다.
예를 들어 수술이 필요한 경우, 테크니션은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환자의 체온, 맥박, 호흡 확인

혈액검사 및 엑스레이 촬영 보조

마취 유도 및 마취 유지 중 생체 신호 감시

수술 중 지혈, 기구 전달, 체온 유지

회복실 관리, 통증 케어, 보호자 설명

사람 병원의 간호사와 유사한 역할이지만, 동물은 자신의 증상을 말할 수 없다는 점에서 훨씬 높은 관찰력과 경험이 요구된다.
“고양이가 갑자기 호흡수가 느려졌어요.”
“심전도 수치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수의사가 보지 못한 순간을 파악하고 알리는 건, 테크니션의 촉이자 책임이다. 그 손끝에서 동물의 생명이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물을 좋아한다고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동물을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했어요.”
많은 수의 테크니션이 그렇게 입을 뗀다. 하지만 곧이어 덧붙이는 말이 있다.
“그것만으로는 버틸 수 없어요.”

수의테크는 보기보다 훨씬 힘든 직업이다. 하루 대부분을 서서 일하고, 중형견을 들어 올리거나, 마취에 실패한 환자를 응급처치하기도 한다. 감정적으로도 쉽지 않다. 치료에 실패하거나, 오랜 기간 입원했던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누구보다도 아픈 건 그들을 돌본 테크니션이다.

특히 감정 노동은 이 직업의 가장 큰 그림자다. 보호자의 감정은 고스란히 병원 스태프에게 전해진다.

“왜 이렇게 비싸요?”

“어제는 괜찮다더니 왜 죽었어요?”

“마취 잘못된 거 아니에요?”

환자의 죽음을 곧바로 의료진의 탓으로 돌리는 보호자도 적지 않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테크니션은 슬픔을 삼키고 다음 환자를 돌본다.

게다가 이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한 경우가 많다.
장시간 근무, 낮은 급여, 고된 노동... 이런 현실 탓에 몇 년 안에 이직하거나 업계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남아 있는 이들은 말한다.
“힘들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요.”

 

수의테크, 직업 그 이상의 의미

그렇다면 이토록 힘든 직업을 왜 계속할까? 수의 테크니션에게 묻자, 모두 한결같이 이렇게 답했다.
“동물의 생명을 지킨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수의사가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면, 테크니션은 그 과정에서 동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케어를 담당한다. 마치 전쟁터에서 군의관이 의사라면, 테크니션은 구급대원인 셈이다.

또한 보호자와의 교감도 중요한 부분이다. 환자가 무사히 퇴원하고, 보호자가 눈물로 감사 인사를 건넬 때, 그 감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다.
“고생 많으셨어요, 정말 감사해요.”
그 한마디가, 테크니션의 하루를 버티게 한다.

최근에는 수의 테크니션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인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몇몇 대학에서는 수의테크 전공 과정을 개설했고, 민간 자격 외에도 공인 자격제 논의도 시작되었다. 일부 대형 동물병원에서는 임상 테크니션, 중환자 전문 테크니션, 재활 테크니션 등 세부 분야로 역할을 세분화하고 있다.

이제 수의테크는 단순히 ‘수의사의 조력자’가 아니다.
의료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직업적 자부심을 가진 전문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마무리하며: 이름 없는 손길에 대한 감사
병원의 중심은 수의사지만, 병원의 심장은 테크니션이다.
그들은 진료실과 수술실, 입원실을 종횡무진하며 환자와 보호자를 모두 돌본다.
그들의 손길이 있었기에 수많은 동물이 생명을 구하고, 수많은 보호자가 안심할 수 있었다.

다음에 동물병원에 방문한다면, 조용히 일하고 있는 테크니션에게 한마디 건네보자.
“수고 많으세요. 감사합니다.”
그 짧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