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이요? 아니요, 저는 ‘에스코트 드라이버’입니다.”
오늘은 대리운전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결을 가진 직업에 관해서 소개할 예정이다.
고급 외제차, 정장을 갖춰 입은 운전자, 목적지조차 비공개인 경우도 허다한 세계.
오늘 우리가 이야기할 사람들은 단순히 운전대를 잡는 게 아니라, 고객의 프라이버시, 이미지, 신뢰를 함께 싣고 이동하는 고급 서비스 업계의 ‘은밀한 전문가들’, 바로 ‘에스코트 드라이버’다.
이 직업은 그 어떤 운전보다 더 조용하고, 더 많은 것을 보지만 말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보이지 않는 프로페셔널리즘’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VIP를 태우는 일: 격이 다른 ‘운전 서비스’
에스코트 드라이버는 일반 대리운전과 다르게, 예약제로 운영되는 프리미엄 서비스다.
대상 고객은 CEO, 유명 연예인, 정치인, 해외 바이어, 고급 행사 참석자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차 안에서도 사생활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에스코트 드라이버의 업무는 이처럼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고객의 하루를 ‘설계하고 지키는 것’에 가깝다.
주요 업무 예시:
고급 세단이나 외제차를 고객 자택으로 가져다 주고, 목적지까지 운전
다국적 고객의 공항 픽업, 통역·의전 동반
연예인 촬영장, 정치인 행사장 등에서 차량 대기 및 동선 보조
특정 고객의 ‘운전 비서’처럼 하루 일정을 따라다니기도 함
“어떤 날은 4시간 대기하다가 15분 운전하고 끝나요. 하지만 그 15분이 고객에게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일 수도 있어요.”
차량 자체도 고급 브랜드일 뿐 아니라, 외관·실내 모두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냄새, 온도, 라디오 소리 하나도 허투루 다룰 수 없다.
말하지 않는 직업: 신뢰가 생명이다.
이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 실력도, 친절한 서비스도 아니다.
바로 ‘비밀을 지킬 줄 아는 능력’, 즉 신뢰다.
고객은 차 안에서 민감한 통화를 하거나, 회의 전 전략을 정리하기도 하며, 때로는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에스코트 드라이버는 이런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지만,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게 직업윤리다.
“차 안에서 어떤 대화를 들었는지 묻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다 알고 있죠. 대신, 절대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 직업은 말 없는 계약이에요.”
고객 중에는 실제 대리 기사에게 불쾌한 경험을 겪은 후 에스코트 드라이버를 선택한 이들도 많다.
정장을 입고 조용히 문을 열어주는 자세, 운전 시의 매너, 차량 내에서의 거리감 유지 등은 단순한 ‘운전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의 이미지와 라이프스타일을 보완하는 맞춤형 수행’이다.
또한 일부 고객은 특정 장소에 들르거나, 공공장소 노출을 피하기 위해 우회 경로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 모든 요청에 대해 드라이버는 ‘이유 없이 이해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긴장과 품격 사이: 보이지 않는 피로, 그러나 지켜야 할 품위
에스코트 드라이버의 일상은 항상 긴장감 속에 있다.
고객 차량은 수억원짜리일 수 있고, 탑승자는 누군가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교통 사고는 물론, 시간 지연이나 돌발 상황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공항 픽업 시간이 늦어지면 다음 일정 전체가 틀어집니다.”
“정차 위치를 잘못 잡으면 언론 노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드라이버는 그 어떤 위기 속에서도 차분하고 격식을 유지해야 한다.
땀이 나도 정장을 벗지 않고, 화가 나도 얼굴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품격’이 이 직업의 생명선이다.
또한, 이들은 운전 외에도 고객의 요청으로 차량 내부 세팅(물, 향수, 잡지 등)을 바꾸거나,
돌발적인 심부름, 동선 조정 등을 맡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에스코트 드라이버는 이 직업에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모시는 고객의 하루가, 이 도시에서 가장 바쁜 하루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책임감이 그들의 운전대를 붙잡고 있다.
마무리하며: 속도를 내기보다 신뢰를 지키는 운전
에스코트 드라이버는 차를 모는 사람인 동시에,
고객의 하루와 이미지, 그리고 신뢰를 함께 운전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차 안의 침묵을 지키며, 고객의 일정과 감정을 존중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다.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 어떤 서비스보다 섬세하고 조용한 헌신이 깃들어 있다.
다음에 정장을 입은 드라이버가 고급차 문을 조용히 열어주는 장면을 본다면,
그가 단순한 운전자가 아니라,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책임지는 프로페셔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들의 하루는 조용히 움직이지만, 그 안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단지, 그 이야기를 그들 스스로는 절대 말하지 않을 뿐이다.